쉬운 정보를 만드는 일은 '배워서 남 주는' 과정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쉬운 정보에서는 필요한 정보만 딱! 남겨서 잘 전달하는 일이 중요한데, 그러려면 쉬운 정보로 바꿀 원형의 정보를 잘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죠. 쉬운 글을 쓰는 사람이 먼저 정보를 잘 이해하고 소화해야 다른 사람이 봤을 때 쉬운 정보를 만들 수 있어요.
그러다 보니 소소한소통의 쉬운 글 라이터들은 소소한 지식들을 많이 알고 있습니다. 원문에서 습득한 정보인데, 대부분 전체 이론은 아니고 짧은 토막 지식이랄까요? 예를 들어 국립암센터와 작업한 라이터는 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검진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전시 해설 작업에 참여한 라이터는 고려청자의 상감 기법에 대해 잘 알고 있죠. 그렇게 잘 이해한 정보를 다시 쉽게 재구성해 내어 놓는, 배워서 남 주는 과정이 쉬운 정보를 만드는 과정이지요.
지식을 많이 안다고 다른 사람들을 잘 가르치는 건 아니라고들 합니다. 척척박사가 아니어도 학생을 잘 가르치는 선생님이 있는 것처럼요. 소소한소통도 그런 선생님은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은 이전의 글, '쉬운 정보를 만드는 일이 무엇인지'의 내용과 이어지는 글을 준비했습니다. 소소한소통이 어려운 정보를 꼭꼭 씹어 잘 소화하는 과정을 들려드릴까 합니다.
쉬운 정보는 어떻게 만드냐고 물으신다면 ② 주명희(소소한소통 총괄본부장)
어떤 정보를 읽고 ‘쉽다’라고 평가하는 것은 주관적이다. 통용화된 쉬운 정보 제작 지침은 분명 존재하지만, 해당 정보가 누구에게 어떤 목적으로 쓰이는지, 어떤 방식으로 활용되는지에 따라서 지침이 다르게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지침을 준수하는 것만으로 쉬운 정보가 완성되기도 어렵다. 정보를 접하는 사람의 경험에 따라서도 정보가 쉬운지 안 쉬운지에 대한 판단은 다르게 갈린다. 비슷한 문해수준을 가진 사람이라도 특정 분야의 정보에 능통한 사람과 관련 정보를 처음 접하는 사람의 이해 정도는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쉬운 정보를 만들 때에는 어떤 정보인가(주제, 목적, 기능 등), 누가 읽는가(연령, 문해수준, 주된 정보 접근 방식 등), 어떻게 활용되는가(매체, 주로 활용될 환경 등)를 모두 고려한다. 그래서 쉬운 정보를 만드는 과정은 상당히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정보를 통합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해야 하며, 전체 뿐 아니라 문단, 문장, 단어 단위마다, 편집의 단계마다 끊임없이 ‘쉬운 정보로서의 기준’에 맞는 판단을 제작자는 해야 한다.
정보를 ‘더’ 쉽게 만들기 위해 쉬운 정보는 기존에 없던 자료를 새롭게 기획해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보통은 기존의 자료를 쉽게 바꿔 제작하는 일이 대다수다. 이때 쉽게 바꿀 대상인 원문, 원자료를 분석하고 이해하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원문의 핵심 메시지를 중심으로 반드시 전달할 정보를 선별하는 것, 정보의 구조화, 편집방향 수립 등의 과정이 쉬운 정보 제작에서의 ‘기획’ 단계에서 이뤄진다. 특히 원문에서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쉽게 만든다는 것은 곧 이해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를 없애거나 줄인다는 의미와 같기 때문이다.
의미를 보다 분명하게 전달하기 위해 사람들이 동등하게 정보에 접근하도록 하려면 같은 정보를 보거나 읽은 사람들이 그 정보의 의미를 이해하는 정도가 동등한지도 고려되어야 한다. 같은 정보를 두고 누군가는 A라고 이해했는데 누군가는 A-1로 이해하거나 B로 이해한다면, 의미 전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셈이다. 쉬운 정보 제작 지침 중 중의적이거나 모호한 표현을 지양하라는 점, 일상적인 언어를 사용하라는 점, 맥락이나 문화를 고려하라는 점 등은 이러한 측면과 연관된다.
가령 “이것이 괜찮습니다.”와 “이것이 좋습니다.” 중 긍정의 의미를 더 분명하게 전달하는 것은 후자다. ‘상점’과 ‘가게’ 중 문해 수준이 낮은 사람도 단번에 이해하기 쉬운 단어 역시 후자다. 한편, 주로 사용하는 언어나 익숙한 문화가 무엇인지에 따라서 같은 상징을 보고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거나 어떤 용도로 어디에 배치된 메시지인지에 따라 전혀 다른 뉘앙스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이때에는 쉬운 정보를 주로 활용할 대상과 환경을 우선 고려해서 적합한 방식을 선택해야 의미가 더 분명하게 전달될 수 있다. 그래서 쉬운 정보 라이터나 편집자는 원문의 의도를 보다 면밀하게 파악하기 위해 자료 조사를 하거나, 사전 용례를 찾아본다. 감수 또는 설문, 인터뷰를 통해 사용자나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듣기도 한다. 이 모든 과정은 정보의 의미를 분명히 전달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진정한 정보접근 보장을 위해 정보접근권을 누구나 보장받아야 하는 이유는 삶을 영위해나가는 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모든 일상적 행위는 정보 이해를 기초로 한다. 곧 정보가 앎에 그치지 않고 삶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정보를 주체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담보되어야 한다. 이에 쉬운 정보를 만들 때에는 발달장애인 또는 정보약자에게 실질적으로 ‘쓰일 수 있는가’를 함께 고민한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소소한소통이 만든 ‘쉬운 10대 공약’ 사이트는 발달장애인이나 선거가 처음인 사람 등을 사용자 범위에 포괄해 만들어졌다. 이에 후보자 4명의 공약을 쉽게 설명하는 것을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것 외에도 조기 대선을 하게 된 이유, 맥락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쉬운 10대 공약을 활용해 실제 선거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정보(선거 관련 단어, 선거 정보를 볼 수 있는 참고 사이트)를 함께 안내했다. 통합적으로 정보를 이해하고 실질적 활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추가적인 장치와 도구가 마련되었을 때 접근성의 밀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현재 소소한소통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초거대 AI를 활용한 쉬운 정보 변환서비스를 이큐포올과 함께 개발 중이다.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 중심의 환경에서 쉬운 정보를 만드는 일 역시 그에 맞추어 변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쉬운 정보를 만드는 것은 앞서 말했듯 단순히 정해진 지침에 따라 글을 바꾸는 일이 아니다. 정보를 이용하는 사람의 인지, 정서, 사회적 측면을 모두 고려하고, 정보를 활용해 사회와 연결되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까지 아우르는 과정이다. 이런 통합적이고 다면적인 관점은 기술만으로 구현하기 어렵다. 쉬운 정보가 필요한 사람의 입장에서 이들의 경험과 삶의 변화까지 진정성 있게 고려하는 것은 결국 사람만이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기술이 결합된 쉬운 정보 제작 과정은 단순히 양질의 데이터를 학습해 결과를 만들어내는 일이 아니라, 사람을 중심에 두고 기술과 인간이 공존하는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정보 가공의 자동화가 가능한 지금도 쉬운 정보 제작이 여전히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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