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소통은 쉬운 정보를 만들 때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감수를 받습니다. 감수위원들이 어려움 없이 이해하는 것을 확인했을 때에 우리는 안도하고,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지적받을 때에는 뜨끔하기도 하지만 안심이 됩니다. 발달장애인 당사자는 소소한소통에게 쉬운 정보의 기준이자, 확신을 주는 진짜 쉬운 정보 '전문가'인 셈입니다.

쉬운 정보의 기준이 되는 사람들 주명희(소소한소통 총괄본부장)
“이 정도면 발달장애인이 이해할 수 있을까요?” 쉬운 정보의 실제 이해도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다만 아직까지 쉬운 정보의 이해도를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공인된 기준이 없다보니 쉬운 정보를 만드는 사람에게 조차 ‘결과물이 충분히 쉬운가?’라는 질문은 만드는 과정이나 완성 이후에도 끊임없이 따라다니는 과제다. 그러나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사용자인 ‘발달장애인’과 함께하는 ‘감수’다. 실제 정보를 이용하게 될 발달장애인과 쉬운 정보를 함께 검토하는 과정을 쉬운 정보 제작 단계에서 거치는 것이다. 감수는 당사자와 직접 만나 소통하는 회의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쉬운 정보를 제작하는 사람은 만드는 과정 중 마주했던 여러 가지 답답함을 이 단계에서 해소한다. 또 미처 발견하지 못했거나 부족한 점을 새롭게 확인하기도 한다. 감수에서 발달장애인의 의견은 쉬운 정보가 본래 목적에 맞게 만들어졌는지, 실제로 이해하기 용이한지 확인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
한편, 정보가 ‘쉬운가’에 대해서는 제작을 의뢰한 사람과 만드는 사람이 서로 다른 의견을 보일 때도 종종 있다. 이런 경우 상당수는 발달장애인의 감수 결과를 통해 논의가 정리되고 합의에 이르게 된다. 만들어진 정보가 실제 유용한지 당사자에게 직접 확인‘받았다’는 점에서 쉬운 정보는 애초의 목적-발달장애인이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을 충족했다고 보는 것이다. 이때가 바로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쉬운 정보 ‘전문가’로 인정받는 순간이자 사용자로서의 권리를 인정받는 순간이다. 결국 쉬운 정보가 목적에 맞게 제작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는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눈이라 할 수 있다. 소소한소통이 지난 영국 연수에서 만난 기관들 역시 모두 쉬운 정보 제작 과정에서 발달장애인의 참여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다. 감수뿐 아니라, 쉬운 정보로 만들어져야 할 주제를 발견하는 일, 쉬운 정보에 사용될 사진의 모델이 되는 일, 쉬운 정보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알리는 활동동까지 제작 과정 곳곳에 발달장애인이 참여하고 있었다. 그중 IC Works의 경우는 발달장애인을 경험 전문가(Expert by experience)로 칭하며, 제작과정에 깊이 관여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비장애인 제작자가 쓴 초안을 3~4시간의 토론식 워크숍에서 함께 수정하고 쉬운 정보를 의뢰한 곳과의 미팅에도 발달장애인이 동등한 참여자로서 참석한다. 이는 당사자의 경험과 의견이 쉬운 정보를 완성하는 핵심적 요소임을 잘 보여준다.
IC Works의 발달장애인 전문가와 함께 한 미팅
감수에 참여하는 발달장애인의 전문성은 ‘당사자로서의 경험’ 그 자체다. 학습과 관련된 특별한 역량이나 뛰어난 의사소통 능력은 요구되지 않는다. 자신이 이해한 바를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특히 감수를 하는 과정에서 발달장애인이 자연스럽게 꺼내는 자신의 경험 이야기는 매우 귀하다. 정보의 이해를 높이는 아이디어가 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쉬운 정보가 왜 필요한지를 더욱 선명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실제 소소한소통 초창기부터 감수활동을 해온 감수위원 몇 명은 소소한소통과 함께 쉬운 정보 전문가로 성장해왔다. 처음에는 감수위원들도 쉬운 정보 자체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쉬운 정보가 왜 필요한지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이후 기존 정보가 쉬운 정보로 바뀐 자료들을 감수를 통해 경험하면서 감수위원들은 몰랐던 것을 알게 되는 것을 넘어, 혼자 힘으로 정보를 이해하는 기쁨을 느끼고 자신만의 새로운 경험으로 연결해왔다. 이제는 “자신은 이해할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는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겠다”, “이 부분은 이렇게 바뀌면 좋겠다”고 말할 수 있는 전문가가 되었다. 무엇보다 쉬운 정보를 통해 자신의 권리를 깨닫고 알게 된 것을 자기 삶에 반영하며 보다 주체적으로 나이 들어가는 감수위원들의 모습을 볼 때, 쉬운 정보를 만드는 의미를 다시금 깊이 생각하게 된다. 결국 ‘충분히 이해하기 쉬운 정보인가?’라는 질문은 ‘발달장애인의 실제 경험과 욕구가 충분히 반영되었는가?’와 같다. 그래서 쉬운 정보를 만드는 목적은 단순히 정보 제공에 있지 않다. 정보접근을 보장해 당사자가 진정 이해할 수 있었을 때, 그리고 당사자의 삶의 변화를 위한 도구로 쓰였을 때 쉬운 정보는 비로소 ‘진짜’ 의미를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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